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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어버이날 선물은 성인용품?
댓글 : 0
조회수 : 25,645
2011-01-05 00:31:11
프랑스 어버이날 선물은 성인용품?


  프랑스의 어버이날은 어머니날, 아버지날이 따로 있습니다. 어머니날은 이미 지나갔고 올해는 6월 22일이 아버지의 날인데 늘 그래왔듯이 거리엔 선물을 사가라는 홍보문구와 특별 세일들이 한창이죠. 아버지를 위한 선물만큼 규정하기 애매하고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없는지라 각종 물품들이 전부 아버지날 선물로 둔갑해버리는 상술의 날이기도 하구요. 자식의 경제적 독립이 빠른 편이라 빈약한 젊은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거창한 선물보다야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소박한 상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축제는 축제인지라 각종 물품들을 조금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합니다. 물론 조금 더 참았다가 폭탄처럼 터져나오는 여름 세일 시즌을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한 구입 방법이죠.

 


  서양인들은 성에 대해 자유로울 것이라는 편견과는 반대로 프랑스인들은 가족의 성에 대해 일견 경직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만큼이나 껄끄러운 부분이 남아있죠. 친구의 말에 따르면 성인 영화를 부모와 함께 깔깔거리면서 보는 광경은 우리만큼이나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어색함은 도덕적인 의무감이나 성을 터부시하는 딱딱함과는 거리가 있는 개인의 삶의 존중과 불간섭 때문입니다. 부모이건 자식이건 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건들이지 않는 조심스러움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이 성 자체가 가족간의 터부시되는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충실한 성교육의 장소와 선생님은 가정과 부모님이에요.

  1968년 혁명의 세례를 받은 부모 세대의 개방적인 의식으로 성에 대한 도덕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 성을 쾌락과 즐거움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분명 우리보다 개방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방종이나 방탕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가리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닌 성인으로서 당당히 즐기고 누려야할 권리이자 즐거움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을 굳이 포장하고 장식할 필요도, 절대시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즐거움의 책임과 대가를 회피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철저하고 정확한 성교육과 상대방을 올바르게 존중하면서 맺어지는 관계 사이에 음습함이나 수치감이란 감정이 끼어들 수도, 애같은 무책임함이 보일리도 없습니다.

 


  문화란 상대적인 것이고, 다른 이들의 특징을 우월하게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프랑스의 성문화는 우리와는 다른 배경 위에서 성장한 것이고 그들 역시도 그와 관련된 우리와는 다른 문제와 한계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버이날 선물로 챙겨주라며 태연스럽게 성인물품 광고를 주고받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 안에 있는 딱딱함과 벽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것도 사실이에요.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러운 것들에 너무 많은 제한과 강요를, 불필요하고 부당한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않을까요? 물론, 저 역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버이날 선물로 그런 것을 부모님께 건내 드릴 생각은 없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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