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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녀의 우정 집착증
댓글 : 0
조회수 : 25,642
2010-08-06 01:12:13
솔로녀의 우정 집착증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이 있다. 바로 연애의 기회와 친구의 숫자가 그것이다. 나이만큼 축적이 되어야 하는데, 유독 이 두 가지는 갈수록 줄어들기만 한다. 이유는 뭘까? 하면 할수록 힘든 사랑과 우정. 당신들은 평안하신 지?

“왜 내가 친구까지 만들어줘야 돼?”
  A양 주위엔 친구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하나 둘씩 지인들이 그녀에게 고민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제각기 사연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내겐 친구가 더 필요해!”

  평생을 연애에 목숨 걸다 최근에서야 솔로생활이 길어진 모모씨, 사교성 부족으로 편협한 대인관계를 맺어오다 나이 들며 급격히 외로워진 모모씨, 대다수 친구들은 결혼으로 멀어지고 혼자 남은 노처녀 모모씨. 이들은 언젠가부터 A양에게 간접적인 손을 내밀며 자신들의 ‘친구관계’를 넓히는 데 A양의 가지치기를 톡톡히 우려먹고 있다.

  처음엔 A양도 너그럽게(?),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커넥션을 이용해 서로의 친구를 만들어주었으나 점차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인맥도 재산이거늘 우정을 나눠주다 정작 빈털터리가 되는 느낌마저 든 것. 외로운 이들의 동종 그룹을 만들어주는 ‘프렌드 매치메이커’가 된 것만 같다.

  ‘애인 있을 땐 연애한다 바쁘고, 외로우니 날 찾아? 게다가 내 인맥까지 욕심을?’ 가끔 자신이 속이 좁은 건가, 반성도 해 보지만 결국엔 남 좋은 일만 해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는 그녀다.


“친구야, 너 연애하면 배신이야, 배신!”
  남녀 사이엔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에 코웃음 치는 B양에겐 오랜 남자친구가 있다. X알 친구라 할 정도로 알 거 다 알고, 볼 거 다 본 사이인 그는 때론 오빠처럼, 때론 애인처럼 그녀 곁을 지켜준 사이다.

  때로 굳이 연애를 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육체적 관계만 제외한다면) 그 외에 다른 남자에 대한 욕심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둘은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 남았을까? 그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남 주긴 아깝지만 나 하긴 뭐한 존재’로 여기기에 가능했던 것.

  다만 이 견고한 우정이 깨질 위기에 처할 때가 있다. 바로 각자의 짝이 생길 때다. 그는 어떨 지 모르지만 B양은 이 우정을 아주 절묘하게 사용하곤 한다. 애인이 없을 땐 애인대용이지만, 애인이 생기면 그는 질투심유발용 수단임과 동시에, 과장을 더해 남자란 동물을 탐구하기 위한 마루타로 이용한다.

  하지만 그에게 애인이 생겼을 땐 문제가 달라진다. 그녀가 정의하는 ‘이성친구와의 우정’에는 ‘애인이 없는 솔로’라는 강한 전제가 달려 있다. 그렇다고 애인을 사귀지 말라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 결국 그가 연애를 할 때마다 B양은 괜한 배신감에 불타 ‘잠정적 우정 중단’ 상태에 들어가곤 한다. 물론 연애에 빠진 그는 알 바 아니겠지만 말이다.


“애인이 없어도 너만 있으면 돼!”
  연애에 대한 거부감이 가득한 철벽녀, 연애를 일찌감치 포기한 건어물녀, 이들 모두에겐 남자가 없어도 옆구리가 허전하지 않을 대안이 있다. 바로 ‘섹스 앤더 시티’를 능가할 단짝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고, 서로를 토닥거려 주는 영양분 같은 존재들! 때론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이들을 만나는 것이 더욱 즐겁고 만족스럽기만 하다.

  가끔은 이런 만족감이 집착으로 변하기도 한다. 항상 내 얘길 들어주길 바라고, 나와 함께만 놀길 바라며, 나만큼 친구도 서로의 우정에 만족하길 기대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아무리 빛깔 좋은 우정이라지만 우정에도 권태기가 닥칠 때가 있는 노릇.

  C양은 단짝 친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약속이 생길 때마다 마치 애인이 바람이나 핀 것처럼 극도의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물론 둘의 돈독한 우정이 변할 리는 없겠지만 단짝 친구의 ‘또 다른 약속’이나 친구가 자신의 말에 반대 의견을 보일 때면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우울함에 접어드는 C양. 차라리 연애를 하면 이런 상황은 깨끗이 종료될 텐데, 사서 고생하는 격이다.



  외 롭다는 것은 단지 ‘남자’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항상 자신을 이해해주고 아껴줄 누군가를 갈구하게 된다. 이 대상이 솔로 상태에서는 자연히 친구로 옮아가게 되곤 한다. 하지만 남자든 친구든 진심을 상실한 만남이나 집착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관계는 서로를 힘들게만 만들 뿐이다.

  ‘난 왜 연애를 못 할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걸까?’를 한 번쯤 고민해 보길. 가깝게는 가족에서부터 친구, 학교나 직장 같은 사회적 인맥까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자신의 문제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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