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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장 관리,그 헛점
댓글 : 0
조회수 : 25,668
2010-04-28 09:57:07
그녀의 어장 관리,그 헛점




작은 어항 속에는 모두 세 마리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는 화려하고 독특한 비늘을 가지고 있는 개성 있는 물고기랍니다.
다른 한 마리는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값비싼 물고기이고요.
또 다른 한 마리는 별 특색 없이 평범하게 생겼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물고기였답니다.

사실 어항은 비좁았지만 세 마리 모두 키우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좀 냈습니다.
일단 모두 키워보다가 그 중 마음에 드는 한 마리를
선택하면 그 땐 그 한 마리만 평생 동안 키울 계획이랍니다.


그나저나 어떤 물고기를 선택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물고기마다 장점과 특성이 다 달라서 말이죠.
어떤 물고기가 내 마음을 완벽하게 얻을지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어항이 비좁아서 그런지 물고기들은 점점 예민해져 갔습니다.
서로 공격을 하기도 하고 지느러미를 다친 녀석도 있었습니다.
또 한 마리는 모이를 줘도 먹지 않고 반항합니다.
아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봅니다.


빨리 선택해야겠습니다.
이제 겨우 장점을 파악했을 뿐인데...
단점까지 파악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데 큰일입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가 키우고 있는 세 마리의 물고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에 드는 물고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푸른색의 희귀한 비늘에 어디에서도 본적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물고기였습니다.
또한 제가 가진 물고기 중에서 가장 값비싼 물고기였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항은 더 이상의 물고기를 넣을 수 없을 만큼 가득 차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한 마리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내일까지만 지켜보다가 선택해야지!’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저는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제 동생이 장난을 치다 그만 어항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린 것입니다.

차가운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물고기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어있었습니다.
박살 난 어항에서 흘러나온 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이제 내 사랑스러운 물고기들은 없습니다.
오늘에서야 제 마음을 모두 주려고 했던 마지막 한 마리까지.
오늘까지만 살아남았다면 평생 나와 함께 했을 텐데...



시작되지도 않은 관계 앞에서 저울질을 하며 시간을 끈다.
하지만 관계는 자신이 정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자신만을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보류시킨 관계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다른 사람의 몫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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