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다른 부부와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는데, 실제 생활, 특히 성생활은 너무도 달라, 한 달에 한 번 뿐 또는 한 번도 하지 않는 기간이 두세 달 이상 지속되는 부부를 ‘섹스리스(sexless)부부’라고 부른다.

  연애 기간을 거쳐 신혼에는 남편과 아내 모두 성생활에 본능적으로 끌려 밤이 새는 줄 모르다가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스럽게 성관계 빈도도 줄고, 40대 중반이 넘어 갱년기나 폐경기를 거치면 신체적으로도 기능장애나 피로감 때문에 더욱 멀리하는 위기도 오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한 달 이상 성관계를 하지 않는 일이 잦아지는 ‘섹스리스 부부’가 예상 외로 많고 나날이 늘고 있으며, 갱년기와 무관하게 젊은 부부에서도 종종 있어 부부상담실을 찾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흔한 원인들을 보면, 임신과 출산으로 아기가 생기면서 성생활에 방해를 받고, 서로의 몸이 변하고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다보니 신선한 느낌도 적어지면서 짜릿한 흥분과 설레임이 없어져 그저 그런 느낌의 성관계에 싫증을 느끼곤 한다. 

  심지어 일이나 컴퓨터에 열중하는 젊은 남편이 아내와의 잠자리에 흥미 없어 하기도 하고, 시댁, 처가 가족과의 갈등이나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부부 사이가 나빠져 예민한 아내는 성욕을 잃고 성관계할 분위기가 안 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성기능에 장애가 와서 성생활의 질이 떨어져 시시해서 안 하는 부부도 많다.

  어떤 이유든 평생 성관계와 담을 쌓고 살 결심이 아니라면 해결책을 찾아야겠는데, 다른 부부간 갈등과 달리 ‘성’문제는 쉽게 말로 풀지 못하는 자존심과 오해가 많아, 당사자끼리 해결하지 못하고 ‘섹스리스’ 상태가 지속된다.

  대한민국 전체의 통계는 없으나, ‘한국성과학연구소’에서 1000명의 20대에서 50대까지 주부에게 시행한 설문지 조사에서 부부간 성관계 횟수가, ‘한 달에 한 번 이하’가 28%나 되었고, ‘두 달에 한 번 미만’인 부부도 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10쌍의 부부 중 세 쌍은 한 달에 한 번 겨우 하고, 20쌍에 하나는 거의 안 하고 산다는 말이다.

  이러한 섹스리스 부부의 증가는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도와 매매춘의 증가, 가정의 불화와 파괴에 따른 자녀문제, 생활만족도의 감소에 따른 생산성 문제 등등 전체 사회에 좋지 않은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그래서 섹스리스 현상은 일부 부부만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 전체 차근히 불어야할 공동숙제라 하겠다. 문제가 있다면 둘이서 솔직한 대화로 차분히 풀어보되,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도움을 구하시기 바란다.

  심리적 갈등도 경험 많은 상담인과의 깊이 있는 상담과 조언이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부부 사이에 성욕이 너무 없거나, 남편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어 성관계를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 호르몬치료나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은 의학적 해결책이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만 아는 성의 문제라고 감추기만 하다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지 마시고,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어른답고 현명한 선택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