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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나 칼럼] ‘자위, 성인용품, 섹스’ 장애인의 밤에도 별이 있다
박지나 칼럼
2018-10-02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수평적 사랑을 그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있잖아, 눈 감아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 그냥 깜깜해”



“거기가 전에 내가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다 속. 난 거기에서 헤엄쳐 나왔어”



“왜?”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짓을 하려고”



“그랬군. 조제는 바다 밑에서 살았구나”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안 와. 정적만 있을 뿐이지”



“외로웠겠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中>



생각을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안 했던 걸지 모르겠다. 사람이 먼저고 성별을 떠나 우리 모두는 같다고 외치며 평등, 성적 자율권, 개인의 선택권 등을 말하는 시대가 왔지만, 뭔가 어디가 띵한 느낌이다.

국내 최대의 성인용품 기업 바나나몰과 장애인 성문화 센터 ‘장애인푸른아우성’이 함께 성 토크쇼를 개최한지 3년이 지났다.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바나나몰의 공헌 활동은 계속 되고 있고, 장애인푸른아우성의 성 토크쇼도 다양한 형태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성별, 취향,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성에 대해 말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 늘었다. 성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도 많다. 성적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좋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문제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성대 대한 얘기를 아직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다. 그저 몸이 불편할 뿐이다. 세상이 LGBT, BDSM 등 소수자의 성적 권리에 대해 말하며 정의를 논하는데 장애인의 성에 대해선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너무나 조용하다.

중증 장애인 성 실태조사를 보면 성적인 욕구로 인해 괴로움을 겪은 장애인이 약 70%가 된다. 자위로 풀기도 어렵고, 성관계를 하기도 어려운데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성에 관한 고민이나 얘기를 입에 담기도 어렵다.

뭐, 단순하게 생각하니 좀 쉬워진다. 사람이 성욕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것을 풀 수 없다면? 괴로운 거다. 그냥 그런 거다. 자연스러운 거다, 너무나도.


바나나몰과 장애인푸른아우성의 사회 공헌 활동은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사진 제공=-바나나몰>



우리 모두에게는 성욕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대한민국 법률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 29조를 통해 장애인의 성을 보장하고 있다. 성 욕구를 향유할 공간과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 박탈할 수도 없다. 또한 장애를 이유로 성에 대한 편견과 관습이 생겼다면 교육을 통해서 개선하라고도 돼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차갑다. 우린 아직 장애인의 성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인식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시선 속에서 장애인이란 그저 도와야 할 이웃 정도다. 이러다 보니 장애인 성 권리는 전혀 보장 받지 못한다. 많은 숫자의 장애인이 성 욕구 해소를 위해 음지로 빠지고 있다.

발달 장애 딸의 자위 행위를 보고 충격에 빠진 일, 자폐성장애 10대 아들이 바닥에 성기를 문지르자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던 일화, 장애인 커플의 성관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세간의 시선, 장애인 아들 방에 있던 성인용품을 흉물스럽다며 버린 어머니의 사연 등은 그들의 삶에 무심했던 사회 일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각, 청각장애는 물론이고 전신마비, 뇌성마비 등 장애인도 똑 같은 성기능과 욕구를 가지고 있다. 척수가 손상돼 운동신경이 마비된 장애인도 그렇다. 노년부터 동성애에 이르기까지 성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어왔지만 장애인의 성은 처음부터 터부시됐다. 도대체 왜?

장애인푸른아우성을 후원하는 바나나몰 대표이사는 말한다. “장애인들의 성적 요구가 권리는 ‘먹고 살기만 하면 되지. 장애인이 무슨 성이야’라는 차가운 주변의 시선과 정부의 냉대, 때로는 가족의 성 정체성 묵살 등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성(無性)적 존재.

우리는 장애인을 이렇게 판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들도 그저 하늘 아래 사람이다.


성교육 세미나를 통해 강연 중인 성인용품점 바나나몰 대표이사 <사진 제공=-바나나몰>



장애인의 밤도 그들의 낮보다 아름다울 수 있어!

인간의 3대 욕구를 신봉한다. 흔히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 부르는 세 가지는 나를 미치게 만든다. 배고프면 참을 수 없고, 졸리면 반드시 잠을 자야 하며, 때때로 몰아치는 불 같은 성욕은 내 외로운 침대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인간이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 인간이 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 이 자연스러운 욕망 안에는 성욕이 포함돼있다.

선진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유럽은 장애인에 대한 성욕 해소 도우미를 인정하는 국가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민간 단체가 이미 존재한다. 성인용품의 계발이나 연구도 진행된다. 장애인을 위한 성인용품, 리얼돌 제조 등의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지난 10년간 성 도우미에 대한 성매매 논란, 장애인 성욕을 표현한 영화에 대한 퇴폐성 논란 등이 반복될 뿐이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장애인푸른아우성은 여전히 장애인 성교육 시스템과 성적 인권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성 토크쇼도 그 일환이다. 일종의 교육이자 인식 개선을 위한 문화적 공헌 활동이다.

최대 성인용품 기업 바나나몰의 지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인용품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기술의 진보가 빠르다. 이미 가상 현실 속을 체험할 수 있는 VR 성인용품이 존재하고, 불감증 여성의 오르가즘을 돕는 성인용품까지 나왔다. 이젠 두 손을 안 쓰고도 자동으로 성욕을 풀어주는 여성·남성 성인용품도 인기다.

남은 건 시선이다. 편견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이다. 장애인의 성적 권리는 어떤 식으로 보장될 수 있을지, 그들의 성과 사랑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진짜 소외된 자는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우리들 옆에 조용히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