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약속시간을 넘어 나타난 그녀가 오자마자 또 날카롭게 신경질을 부렸다. 못생겨서 정이 갔고 못생겨도 마음만은 착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까칠함의 극치다.

그녀는 대체 왜 까칠한가?

  서른 살 p씨의 여자 m양. 외모를 설명하자면 후덕한 얼굴에 뱁새 눈, 가무잡잡한 피부에 기미로 덮인 얼굴. ‘절세가인’은 먼나라 이야기요, ‘미인박명’과는 거리가 멀며, ‘경국지색’과도 전혀 상관이 없는 그녀가 딱 하나 최고인 게 있는데 바로 성격이최고로 까칠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까칠하냐 하고 늘어놓자면 바로 이런 점들에서다.

  누가 그러던가. ‘못생긴 여자가 마음이 넓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여자는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아서 말을 잘 오해하고 공격태세를 갖춘다. 예를 들어 남자의 친구가 함께 식사를 한 후 인사말을 했다. “오늘 잘 놀았습니다. 다음에 뵐 땐 좀더 좋은 모습으로 봬요.” “뭐라고? 자기 친구, 왜 저래? 오늘 내 모습이 이상했다는 거야. 뭐야?”

  어느 날 남자가 웃자며 농담을 꺼냈다. “너는 꽃을 닮았어. 할매꽃.” “뭐라고? 갑자기 기분 나빠지네. 자기가 어떻게 나한테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평소 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거 아냐?” 그리고 여자는 며칠 동안 연락 뚝!자격지심인지, 민감한 건지… 아, 이러면 겁나서 뭔 말을 못하겠다.

 여자는 남자가 약속시간에 조그만 늦게 나와도 버럭한다. “왜 말도 없이 늦어?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내가 만만해 보여?”하지만 여자는 정작 자신이 늦게 나온 날은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다. 또한 여자는 남자의 지갑 사정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옷이며가방이며 액세서리며 예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도 않고 사달라고 졸라댄다. 남자는 그럴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나...’

 여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에 집착한다. 그런데 그 예의라는 게 조금 개념이 이상하다. 앞에 가는 남자가 빌딩 여닫이 문을안 붙잡고 있거나 상점주인이 여자를 내버려두고 다른 여자에게 더 상품 설명을 하는데 신경 쓰고 있다면 ‘예의가 없다’며 화를낸다. 아무래도 여자가 말하는 예의란 ‘나 여자로써 관심 받고 싶어요’인 듯 하다.

 여자는 사방에 적이 널렸다. 길가다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쟤 왜 날 기분 나쁘게 쳐다보냐”며 궁시렁 댄다. 막상 다른여자는 쳐다볼 리가 만무한데… 또 한 혹 남자의 친구들과 모임에서 누군가 예쁜 여자를 데리고 나오면 혼자 의식하느라 남자를불편하게 한다.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있다가 예쁜 여자가 농담을 던지면 피식 ‘썩소’를 하지를 않나, 분위기 초치면서 남자에게자꾸 집에 가자고 조른다. 남자가 조금만 더 있다 가자 하면 급기야 ‘왜 나를 배려하지 않느냐’며 버럭 성질을 내고 먼저 가버린다. 못생긴 팥쥐가 성격도 안 좋다더니, 그 말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