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한 창 활황일 때 넣었던 펀드는 반 토막이 났다. 주가는 도무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환율과 물가는 열심히 오른다.보너스는커녕 언제 잘릴지 몰라 조마조마 하다는 사람들이 넘친다. 그리고 이 혼란의 바람은 연인들에게도 예외가 없었으니... 경제위기는 연애 패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1. 힘들다, 좀 도와줘라!- 더치페이 모드

 “펀 드도 엉망이고 보너스도 안 나와서 솔직히 빠듯해요.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데이트 비용도 슬슬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요. 평소제가 80% 이상 부담했는데 요즘엔 여자친구가 조금이라도 부담해줬으면 좋겠는 게 솔직한 심정이거든요. 사실 기름 값 줄여야겠다는생각에 지하철로 출퇴근 하고 있는 형편이라 데이트할 때 차로 데려다 달라고 조르지 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치사해 보일까봐말은 못하겠어서 전보다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있어요.” 변해준(33, 남)

▶ 더치페이 하는 커플들도 많지만 아직은 남자 쪽에서 데이트비용을 더 부담하는 커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돈쓰는 것 자체가 아깝지는 않지만 상황이 힘들어질 땐 여자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
평 소처럼당연하다는 듯이 남자친구의 배려를 받아들이지 말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생각하는 센스가 필요할 때다. 돈을 보태거나데이트 코스를 경제적으로 짜거나. 그렇게 해서라도 좀 더 만나는 게 돈 없어서 못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당신의남자친구는 지금 힘들지만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올 겨울이 사귄지 3주년이라 같이 해외여행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다 날아갔어요. 갑자기 환율이 미친 듯이 올랐잖아요. 눈 딱감고 갈까도 생각했는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900원 대였던 걸 뻔히 아는데 1,400~1,500원인 상황에서는 아까워서도저히 못 가겠어요.” 김민아(26, 여)

▶ 내려올 줄모르고 오르는 환율 덕분에 연말에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커플들은 비상이 걸렸다. 아예 여행 자체를 접거나 국내 여행으로 돌리는경우가 많은 상황. 내년에 가자고 위안하지만 언제 경기가 좋아질 지 미지수인 상황이라 거의 포기나 마찬가지다. 다음에 같이여행갈 때까지 사귀고 있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인 것을.

 “이 주에 한 번씩은 모텔엘 갔었는데 얼마 전에는 비디오방에서 해결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뭘 했을지도 모를 어두컴컴한곳에서 그걸 하고 싶나? 아무래도 눈치가 돈 때문인 것 같아요. 그거 얼마 차이 난다고. 이러다 집 비어서 집에서 만나기라도하면 그 날씨 좋은 주말에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해요. 아끼고 싶으면 차라리 친구들이랑 마시는 술을 줄이지.”이지현(27, 여)

▶ 경제적으로 빠듯하다보니 데이트코스에도 변화가 왔다. 서로 논의 하에 결정된 것이면 상관없지만 혼자만의 생각으로 진행될 경우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절약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궁상스러울 지경이라면 문제가 된다. 특히 지저분한 숙박시설이나 아무 준비 없이 집에서 때우는 식은상대를 질리게 하기 쉽다.

 “원 래 전 투자란 걸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착실히 적금만 들었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주식해서 수익이 나니까 아주 신이나서 절 계속 꼬드기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꽤 큰돈을 투자했는데 반 토막 났어요. 너무 손해를 많이 봐서 빼지도 못하고...물론 우유부단하게 넘어간 제 잘못이 크지만 이러고 나니까 진짜 보기만 해도 짜증나서 계속 싸우게 돼요.” 박미선(30, 여)

▶ 투자의 ‘투’자도 모르다가 수익률이 높다는 주변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추천 받았을 때 이미 고점인 경우가대부분이었다는 것이 문제. 단맛을 보기도 전에 쓴맛부터 본 사람이 허다하다. 물론 최종 선택을 한 당사자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추천한 사람에 대한 원망을 아예 없앨 수는 없는 것이 사람 마음. 그게 연인인 경우 트러블이 만만치 않다.

 물 론 돈은 연애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을 모은다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 또연애다. 경제 위기 때문에 미래가 뿌옇게 보인다고 그걸 연애 전선에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이런 시기에곁에서 힘이 되는 사람이 된다는 건, 평소의 몇 배의 가치를 가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