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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그를 사로잡는 법
댓글 : 0
조회수 : 25,706
2010-01-24 13:05:39

소개팅 애프터는 대개 문자로 오게 마련인데, 무미건조한 텍스트를 자랑하며 문자 응대 능력이 심히 떨어지는 에디터는 소개팅의 잔향을 즐기는 것도 버겁다. 늘 상투적인 문자만이 오고가다 항상 본인이 보낸 문자가 마지막이 되고 만다. ‘문자가 가장 어려웠어요’를 외치다 실패 요인을 찾기로 했다.

  목소리를 나눌 만큼 친하지 않을 때, 사무적인 대화로 필요한 것만 전달해야 할 때, 시간이 늦어 전화벨을 울리기에는 민망할 때, 문자가 없었다면 기어코 ‘통화’ 버튼을 눌러야 했을 거다. 정말 다행이다. ‘통화’가 두려운 세상이라 하루 동안 말하는 단어보다 휴대폰에 쓰이는 단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쉬우면서도 그만큼 어려운 게 또 문자다.


  목소리와 표정으로는 그 사람의 뉘앙스가 느껴지고 즉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데, 문자는 그렇지 못하다. 콧소리를 내며 살갑게 노래하듯이 이야기했을지라도 텍스트는 한 음가로 팩트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흘러가는 목소리와는 달리 일종의 기록이며 증거이기 때문에 더 주의 요망이다. 특히 남녀 사이에 ‘텍스트’의 위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야 전화 통화를 이어간다는 건 무리. 소개팅 애프터도 주로 문자다. 어떤 문자를 얼마의 주기로 보내느냐, 어떤 답문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대 남자와의 진전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 문자가 점점 뜸해지는 경험을 했다면, 가끔은 문자가 씹히는 일도 있었다면 당신은 ‘텍스트 열등생’이다. 낙제점을 받은 이유를 톺아보자. 물론 아프겠지만, 다 살과 뼈가 되는 말씀이리니.

★Guy's pick 은근한 청유형 텍스트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네. 날씨가 좋은데 놀러갈 사람이 없네요 ㅠ 혹시 심심하지 않아요?
   깔끔한 멘트에 물 음표로 마무리! 직접 ‘놀아요’를 외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게끔 한다.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적절한 텍스트. 하지만 가끔 어떤 소심남들은 ‘딴 놈들한테도 이렇게 여지를 주나’ 의심하니 주의할 것.

구구절절 상황 보고. 참았다가 일기장에 기록할 것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지금 같이 일하는 친구랑 보쌈 먹었어요. 이제 쎄씨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려고요. 오늘 저녁에는 아는 언니를 만나 영화 볼 예정인데, 삼성역으로 갈지 강남역으로 갈지 정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연애를 너무 오래 쉬었다. 당신의 소소한 일상을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거다. 이야기에 적당한 추임새도 넣어주면서 ‘옹냐’해줄 남자친구가 필요했던 것. 하지만 상대방은 ‘깜놀’한다.

실수인지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를 잦은 오타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여긴날씨가꾀추워요 그래서감기가않낳아요”
   뭐 무식한 게 죄는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매력은 -78% 급감. 뭐 똑똑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은 갖춘 여자를 바란다. 혹시 부주의한 오타라 하더라도 상대방은 그 성의 없는 문자를 보며 당신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음표의 여왕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밥 먹고 있어요. 문자남은 뭐하고 있는데요? 무슨 음식 좋아해요? 서소문 쪽에 와본 적 있어요?”
   마침표의 여왕도 문제지만 물음표의 여왕도 환영받지는 못한다.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물음표로 마무리하라는 지침을 어디선가 본 모양인데, 물음표더블콤보에 남자는 닦달당하는 것 같은 피곤함을 느낀다.

6학년짜리 조카도 이렇게는 안 보낸다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팅구 ⊙ㅔ게ㄱr고있ㅇㅓ염 (/-▽-)/ 햄볶는 하루~보내삼!!!”
   연애나 소개팅을 떠나서 당장 고칠 것. 같은 여자가 받아도 ‘신기한’한글을 모독하는 행위다.

핵심 얘기해! 나한테 보낸 건 맞니?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이번 주말에는 꼭 여행을 가려고 해요.”
   날씨가 계속 좋았으면 좋겠다는 건가, 설마 같이 여행을 가자는 건가, 그냥 단순한 자신의 의지 표명인가. 답문을 보내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한참을 분석하다 지친 그 남자는 당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뭐 문자질이 단번에 끊기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뜸해질 것이다.

멀티 메일로 셀카를 찍어 보내는 알 수 없는 자신감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 멀티 메일 수신 중 -
(스타벅스 컵을 들고 얼짱 각도로 찍은 사진이 왔다) 사진 제목 : 별다방에서 라떼 마시는 중

   ‘잘 못 누른 거지? 맞지? 그런 거지?’ 두려운 마음에 ‘삭제’를 누르거나, 신기한 마음에 저장해 놓고 주변인들에게 보여줄 거다. 가끔 어떤 남자들은 셀카 찍는 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공주끼’가 보여 무섭다는 것. 안면 튼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삼가야 할 일이다.


문자를 보냈는데 울리는 전화벨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에에에에에에~ 투애니원!’다짜고짜 벨이 울린다.
   ‘지금 강남역에 내렸어요. 어디 계세요?’같이 지금 당장 정보를 알려주어야 하는 게 아닌데 당신의 이름이 뜨면서 벨이 울리면 당혹스럽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일반적인 남자들의 대답. 유재석, 지석진이 멤버인 ‘조동아리 클럽’에 가입 권유를 받을 만큼 수다스럽거나, 손가락이 두꺼워 문자질이 힘겨운 남자들에게는 되레 먹힐지도 모른다.


에디터가 보내는 상습 문자. 보험사 단체 문자도 이것보다는 낫겠네
Q 오늘 날씨 좋네요. 지금 뭐해요?
A “날씨 정말 좋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제 딴에는 중용을 지킨 아름다운 문자라고 생각했다. 드러내면 쉽게 볼 것 같고, 예의는 차려서 곱게 보냈다. 하지만 상대방은 마치 프랜차이즈에서 온 단체 문자인 줄 착각하고 삭제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이렇게 대답이 없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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