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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된 친족 성폭력. 빙산의 일각
댓글 : 0
조회수 : 25,589
2011-12-01 09:54:52
신고된 친족 성폭력. 빙산의 일각

수년 전 한 시민단체에서 근친상간 성폭행 상담 사례를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기자들 참석률이 극도로 저조해 외부?活?극도로 저조해 외부로 알려져지지 않았다. 불참은 자의반 타의반이었다고 한다. 사연인즉 법원에서 기자들에게 가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는 것. 오히려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취지로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요즘엔 달라진 양상이 확연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상상초월 몹쓸짓’사건 뉴스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비일비재. 결국 이를 접하는 대중도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한다. 


“아버지의 친딸 성폭행으론 더 이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다”고. 성폭력 상담소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면 위로 올라온 근친상간 성폭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동부시립병원 김경희 비뇨기과 과장의 가슴속에 묻어든 안타까운 상담 사례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전문 그대로 소개한다. 

김 과장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던데”라며 “이 상담만큼은 머릿속의 지우개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함이 분명하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아마도 갈 때까지 간 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35세의 노처녀 P씨는 집안(1남1녀)의 골칫거리다. 명문대 출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잘 나가는 집안과 사돈까지 맺는 영광을 부모님께 안겨준 오빠와는 사뭇 대조되게, 재수를 했음에도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게 천만다행일 정도였고 겨우 입사한 그저 그런 직장에서 박봉의 월급쟁이로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는 그녀는 이젠 선조차도 들어오지 않는다. 


수업시간 전날 정액 주르르

그녀가 어릴 때부터 오빠와 총명함에 있어 차이가 났던 것은 아니란다. 고교 1학년까지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학생회 간부를 도맡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었는데, 그해 너무나 좋아하고 친했던 오빠로부터 강간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생겼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지속적으로 고등학교 끝날 때까지 학원생활을 하는 동안, 대학을 다니는 동안 오빠의 욕정의 대상이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지 않았냐고 뻔하게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그때는 몰랐었노라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혼자 외로웠었노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바빠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어머니는 공부, 공부하며 언제나 성적에만 목을 매셨다. 언니나 여동생도 없으니 말할 사람이 없고, 선생님은 멀리 있었고 친구들은 무얼 알겠나 싶었단다. 


수업시간에 앉아 있는데 그 전날의 정액이 주르르 흘러 나와 팬티를 적시면 반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만 더러운 느낌이 들어 죽고 싶어지고 수업에 집중할 수 없더란다. 자연히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말수가 적어지면서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성격이 변했다. 


그 사이 몇 번을 반항했지만 집요한 오빠에게 자포자기하게 됐고, 대학 때는 딱 한번 임신을 하게 되어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아이를 지운 적이 있단다. 죽을 때까지 자신만 알고 있어야 할 비밀이라 생각했었는데 정말 누구에게든 한번은 털어놓고 싶었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때까지 덤덤하게 얘기하던 그녀가 이 대목에서 많이 울었다. 


이 모든 일이 오빠가 결혼을 하면서 끝이 났고 오빠는 지금 아름다운 부인에 자식까지 놓고 여전히 집안의 자랑거리로 사회에서 존경받으며 잘 살고 있단다. 그 이중성을 폭로하고 싶은 생각과 증오심이 솟구칠 때가 있지만, 그러면 제일 먼저 연로하신 부모님이 충격으로 살수가 없으실 것이고 집안의 수치로 친척들 볼 낯도 없고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될 것이고, 한 집안의 가장인 오빠도 직장에서든 사회에서든 매장될 것이며, 아무 것도 모르는 올케도 같은 여자로서 불쌍하게 상처를 받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불쌍한 조카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자신이 덮고 가야할 것임을 안다면서,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 자신의 인생이 억울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 오지랖도 넓다. 


자신은 한번도 제대로 남자를 사귈 수 없었단다. 관계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자꾸 중간에 끔찍한 생각이 들며 도망치게 된단다. 흠이 있는 남자만 찾게 되더란다. 자기가 흠이 많은 여자이기 때문에, 학벌이 자기보다 못하거나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한번 결혼에 실패했거나 부양할 가족이 많거나 등등, 그러니 선을 봐서 그녀가 오케이를 해도 부모님 눈에 찰리가 없고 남자보는 눈이 없다거나 이상하다거나 하는 소리를 듣는다. 정작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서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도 피하니 정상적인 연애가 안 된다. 외롭거나 성적 욕구가 생겨도 ‘나 같은 것이 무슨’ 하는 자학으로 일부러 억제한다. 

‘가문의 영광’오빠 몹쓸짓 결혼 후에 종식
영화 <올드보이> 원색적 비난 이중성에 구토


근래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근친상간이 일부 모티브가 된 영화 <올드보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때란다. 당시 오빠가 가족모임에서 더러운 영화라며 원색적 비난을 하며 혼자 고고한 척 하는데 가증스러워서 집에 돌아와 다 토하고 거의 몇 달을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때 다 폭로하고 죽어버릴 생각까지 했다는데 결국 자기혼자 무덤까지 비밀을 지키고 가면 모든 사람이 ‘해피’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눈물을 삼키며 덮기로 했단다. 


그녀에게 용서를 권했다. 잊지는 말아도 마음으로 용서해야 이제 그녀의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녀가 난잡하고 문란한 남성편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타인을 배려하는 기본성정에 총명한 머리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살며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본다.


친족성폭력(근친상간)은 성인과 성인, 성인과 아동, 아동과 아동의 관계 중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흔한 피해자는 그녀 때보다 어린 시기인 8∼13세의 학령기 아동이며 가장 큰 가해자는 친부, 계부, 다음이 친오빠이다. 


그 피해가 일반 아동보다 심각한데 이유는 피해유형이 단순한 추행에서 그치지 않고 강간이 일반아동에 비해 2배 이상이며 장기간 아무도 모르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적이고 반복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이런 문제로 마음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산다. P씨는 하루에 한번도 이 일을 떠올리지 않고 지나는 적이 없단다. 혼자서 해야 했던 낙태도 가끔씩 견딜 수 없게 가슴을 짓누른다. 


그 오빠라는 사람은 이 일에 대해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생각할까? 왜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거나, 괴로워하는 남자들은 한번도 보지를 못하는 걸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혼자 고상한 듯이, 자기혼자 똑똑한 척, P씨만 모자라서 찌질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내버려두는 걸까? P씨에게 진심으로 그때는 미안했었다고, 잘못했었다고, 내 잘못이라고, 너의 잘못이 아니니 네 삶은 행복해도 된다고,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면 안 될까? 얼마나 많은 P씨의 오빠, P씨의 아빠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버젓이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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