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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숨김없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
댓글 : 0
조회수 : 25,557
2011-06-10 01:11:39

수업시간 숨김없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당하자 성'이라는 교재로 2차에 걸쳐 초등 6학년 서너명 모둠 아이들과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까지 1차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지난해 분당에서 수업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교재에는 민망할 만큼 자세한 그림이 나와 있고 전체적인 글 또한 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돼 있으니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교재를 집어던질 정도로 반응했고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변태'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또한 작년 분당에서는 콘돔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수준에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번 성남에서는 딱풀에 콘돔을 씌우는 방법을 시연했습니다. 콘돔을 왜 알아야하고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해줬습니다.

 


'성' 우리 일상서 얼마나 큰 비중 차지하는지 예 들어 설명하다
  성병 예방 및 원치 않는 임신 즉 이 콘돔 및 피임법에 대한 정보, 지식이 없어 일부 여중고생들이 미혼모가 되는 사회 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중고등생들이 엄마 아빠가 될까? 또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중고생들이 열심히 직장 다니면서 아이를 키운다? 가능할까? 지금의 현실을 잘 설명해주니 여자아이 둘, 남자아이 한 명으로 이루어진 모둠에서 아이들은 완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 수업에 임했습니다.

  다른 동료 교사들은 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남자 교사들 말이죠. 대략 이야기 들어보니 콘돔 같은 경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나와 있는 토론 질문에 충실한 경우가 많더군요. 교사 본인도 성 문제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인 경우입니다. 

  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고 신비하며 깨끗하고 자연스럽고 당당해야 하는 건지 그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구체적인 사례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14일 수업 때 설명한 것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잠자리를 거부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정치생활, 경제생활, 사회생활이라는 말이 있듯 '성생활'이라는 말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성생활'이라는 말은 모두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군요.

  여자 아이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그깟 잠자리 안하면 그만이지, 그게 무슨 이혼 사유가 다 되냐고. 이에 대해 저는 (합의해서) 잠자리를 안하는 섹스리스 부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잠자리를 대부분 하며 이혼 사유가 될 정도로 매우 중요하고 '성생활'이라고 칭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답고 즐겁고 깨끗하며 자연스럽고 당당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설명이 들어갑니다.



성인용품 판매하는 사람들 머릿속 궁금? - 성생활 도와주는 상품일 뿐
  그러면 아이들이 또 묻습니다. 성병 걸릴 우려가 있는데 꼭 저런 기구(콘돔)를 사용하면서까지 그것을 해야 하냐고 말이죠. 또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자녀가 있을 텐데 어떤 생각으로 그런 물건들을 파는지 머릿속이 궁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편견이나 선입견에 가득 찬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은 아직 성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른들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이상하게 보일 뿐이죠.

  성인용품은 그냥 하나의 상품이다. 노인에게 지팡이가 필요하고 장애인에게 휠체어가 필요하듯 성인용품도 즐겁고 알찬 성생활을 도와주는 상품이니 이상하게 생각할게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본인(6학년 여자아이)이 사용하고 있고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생리대도 마찬가지로 이상한 물건이 아니냐고 물었죠. 그 친구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양복입은 남자가 어린아이에게 그런 짓을? - 성문제는 '양복, 작업복' 따로 없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와 관련한 경험을 한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예닐곱살 때 남동생과 길을 가다가 어느 골목에서 양복 입은 남자가 춥지 않느냐며 옷을 여미는 척 하다가 이 친구의 몸을 더듬고 달아났던 겁니다. 당시 이 친구 어머니와 유치원 선생님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어린 나이에다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해 추행범은 잡을 수 없었습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비교적 단순한 성추행 사건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떻게 양복입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그 당시를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성문제는 양복, 작업복이 따로 없습니다. 검사, 변호사, 의사, 박사, 교수, 고위직 공무원 등 일부 지식층, 엘리트 등이 돈과 권력을 믿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 하는 모습을 우리는 뉴스 보도를 통해 종종 봐왔습니다. 집에 가면 그만한 딸들이 있는데 딸 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욕구를 채우려하는 모습들이죠.

  어제 그 친구에게 이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성은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류최대의 자연스러운 관심사 중 하나이며 돌발적인 부분도 많다고 설명해줬습니다. TV 광고중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성 상품화를 하고 있는지, TV 보면서 연관된 것들을 좀 잘 살펴보라고 했지요.



학교 보건시간에 받는 성교육? '임신-수정'이라는 차라리 생물 수업
  학교에서 성 교육 받았냐고 물어보니 6학년 때 딱 한번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건 선생님이 비디오 보여주면서 정자, 난자 만나 아기 만들어지고… 역시 그 수준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성교육이라기보다는 임신-수정 등 그냥 생물 수업이라고 할까요. 얼마나 형식적이고 드러내놓기를 꺼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선생님도, 부모도 없고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정보를 제공해줘도 귀막고 있으며 때 되면 알리라 하는 지금 시대의 풍조.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습니다. 물론 모든 부모님이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은 조용히 가려고 합니다.

  왜 우리는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할까요? 콘돔 등을 써서 성병에 걸리지 않고 원치 않는 임신을 위해서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좀 더 크고 넓게 생각해보자면 청소년기(사춘기) 성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고히 세우는 데 그 목적이 있을 겁니다.


초등생 때부터 성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자칫 왜곡되고 그릇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먼저 들어서 청소년 때부터 잘못된 길을 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고생 때 가출해 방황하다 돈 몇만 원 받고 뭇 남성들과 성관계 갖고 그 돈으로 밥 사먹고 옷 사입고 좋아하고… 성인이 되면 어떤 길을 갈지 대략 짐작이 됩니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왜 그것을 지켜나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름답고 즐겁게 공유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사전에 교육받고 인지했더라면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성이 만약 100이라면 모둠 아이들에게 98 정도는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나머지 2는 굳이 교육적으로 필요치 않은 부분들입니다. 궁금해 하는 것 다 이야기해줬습니다. 6학년 졸업하면서 이처럼 특수한 토론수업 형태의 학습이 아니라면 자세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주제가 주제인 만큼 크게 활성화된 토론, 의견 개진보다는 일방적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형식의 수업이 되기 하지만요.

  이 수업후 상담을 해보면 어머니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종종 하십니다.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는 성문제를 자세히 풀어준다고 하시면서요. 저더러 "선생님도 남자라서 여자아이들 데리고 이 수업하기 쉽지 않을텐데…"라고 말씀들 하시는데요, 저는 전혀 안그렇거든요. 진지하고 성의있고 많은 의미를 불어넣으며 수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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