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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이야기] 섹스샵 기행문 - 섹스용품점편
댓글 : 0
조회수 : 25,850
2010-10-25 17:32:58
[성인용품 이야기]
섹스샵 기행문 - 섹스용품점편



“황, 나와 함께 섹스숍에 가지 않을래?”


어느 날, S양이 메신저로 이런 제안을 해왔다. 바이브레이터를 물색하러 쇼핑을 납셔야겠는데, 잡지에 섹스 칼럼을 쓰고 있는데다 어딜 가나 창피함이라고는 모르는 안면철판녀인 내가 쇼핑 동반자로서 가장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요즘은 보통 인터넷으로 구입하지 않아? 아직도 오프라인에서 숍을 연 곳이 있단 말이야?”
“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좀 둘러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얼굴도 안 보고 시집가는 건 조선시대에나 있는 일이지.”


  그녀의 말인즉, 바이브레이터야말로 수많은 밤을 함께 할 친구(?)이니 애인이나 남편과 동급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 말 되네. 오케이를 하고 S양이 봐두었다는 신촌의 모 성인용품 숍으로 갔다. 들어가기 전 문 밖에서 살펴보니 한산한 매장 안에 두 남자가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다. 한 사람은 사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손님인 것 같다. 노처녀 둘이 숍으로 들어서자, 손님으로 보이는 남자가 생리대를 사다 들킨 사춘기 소녀처럼 쭈뼛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곧 <터미네이터2>에 등장했던 유체로봇처럼 스물스물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가 더 부끄러움을 탄다더니만. 사장은 아가씨들을 배려하려는 듯, 잠시 딴청을 피우면서, 우리가 매장 안을 휘젓고 다니며 구경하도록 내버려둔다. 매장 안에는 남성용품과 여성용품이 테마별로 분리되어 있는데, 모든 모델의 기능과 용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에 꽤 신경을 쓴 듯했다.

“저기 좀 봐! 저게 바로 ‘체이시 레인’인가 봐!”


  S양은 막상 숍에 들어서더니 남성용품에 더 관심을 쏟는다. 체이시 레인은 유명한 포르노 스타의 이름인데, 최근 그녀가 자신의 성기를 본떠 남성용 자위기구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던 게 기억이 났다.

“실제 음부를 그대로 석고로 떠서 만든 거래.”


  이미 인터넷 쇼핑몰에서 예습을 한 S양이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클리토리스 부분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설명한다. 실물과 너무나 비슷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누르면 아프잖아!”라고 말할 뻔했다.

  체이시 레인 옆에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리얼 섹스돌이 철창에 갇힌 매춘부처럼 박스에 포장되어 있었다. 일단, 기존 인형에 비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마음에 든다. 예전의 섹스돌은 지하철에서 무방비 상태로 자는 여자처럼 입을 떡 벌리고 “제발 펠라치오를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해서 영 보기에 불쾌했었는데. 하지만 저렇게 리얼한 이빨이라니, 소심한 남자라면 은근히 공포증에 걸리겠는걸? 이거야말로 바기나 덴타타(이빨달린 질)의 전형이 아닌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얼굴과 국부만 실리콘일 뿐, 인형의 다른 부위는 바람을 넣고 뺄 수 있는 풍선으로 되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왠지 남자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남자의 몸은 본능이 더 강하다고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욕구를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애인과의 섹스가 근사한 코스요리라면, 일적으로 하는 섹스는 햄버거라고 했던 애나벨 청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섹스돌과의 섹스는 수돗물로 배채우기?

  짧게 남성코너를 순회한 뒤, 우리는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수십 개의 딜도 선반 앞에 다다랐다. 딜도에도 인종이 존재하는 걸까? 각기 채도가 다른 스킨 컬러의 딜도를 보자 여성의 취향에는 한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S양은 자신의 시중을 들 준비가 되어있는 수많은 딜도들 앞에서 선뜻 간택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많은 모델들을 봤다더니, 실제로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른 모양이다. 그제서야 사장이 눈채를 채고 우리 곁으로 다가와 이것저것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이 투명한 보라색 바이브레이터는 어떠세요?
모양이 앙증맞고 색깔이 예뻐서 혐오감이 없어 여성들이 매우 좋아하는 제품입니다.”

“혐오감이라뇨? 저는 실제와 비슷할수록 더 좋아요.”
색녀 S양이 과감하게 잘라말하자, 사장님이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보다 리얼한 것을 권했다.

“이 제품은 예열 기능이 있어서 삽입을 하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답니다.
회전의 방향도 여러 가지로 바꿀 수 있어요.”


  그는 스위치를 켜고 직접 회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평범한 아가씨라면 질색팔색을 하며 고개를 돌렸겠지만, S양은 스킨컬러의 예열군이 마음에 든 듯했다.

“이건 얼마인가요?”
“18만원인데, 2만원 깎아드릴게요.”


  두 사람이 흥정하는 대화를 들으면서, 10년 전에 비해 거품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바이브레이터가 들어왔을 때는 보통 20만~30만원 선이었다. 요즘은 아무리 비싸도 20만원을 넘지 않으니, 그만큼 수입업체도 많아지고 시장도 안정되었다는 이야기일까? 결국 스킨컬러 예열군은 12만원에 콘돔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낙찰되었다. S양은 자신의 임상 결과 워크맨만큼이나 콘돔도 일제가 좋다며 일본산 콘돔을 주문했다. 일전에 다른 나라의 콘돔을 쓰다가 찢어진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파트너들은 S양이 일본산 베네통 컬러 콘돔을 씌워주었을 때 한결같이 가장 만족스러워했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사장님이 정성스레 패킹을 하는 동안 나는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곳에 오는 여자들이 있긴 한가요? 거의 없지 않나요?”
“그럴리가요. 여자분 혼자서 오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남자들이 훨씬 많지만.”


  그거야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다. 남성 고객이 훨씬 많은데 왜 매장 안에는 여성용 제품이 종류도 숫자도 더 많은 걸까? 그러자 섹스숍 사장님의 명답이 이어졌다.

“그만큼 여성들의 취향과 성향이 다양하다는 것이죠.
남자야 단순한 생물이지만, 여성을 만족시키려면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과연! 해마다 새로운 컬러의 립스틱이 탄생하는 건 여성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컬러가 없기 때문이라더니. 세상이 더 좋아지면 바이브레이터도 립스틱만큼 다양해질까?

  쇼핑을 끝내고 집에 귀가한 지 3시간 뒤, S양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촉감, 회전력, 토끼씨(클리토리스 자극용 촉수) 모두 만족. 하지만 진동소리가 너무 큼.’ 진동소리가 너무 크다고? 그렇다면 예열군을 빌리기로 한 계획은 일단 취소. 우리집은 방음이 잘 안 되니까.

  성인용품 산업에 불을 당긴 포르노 스타들 음성 산업인 성인용품 업계와 포르노 스타 사이에는 교묘한 공생관계가 존재한다. 보다 새로운 자극을 향해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을 거듭해야 하는 포르노그라피에는 모양도 기능도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언제나 등장하고, 또 한 번 출연한 제품들은 포르노그라피의 인기에 비례해 판매되니 말이다. 하지만, 포르노 스타들이 성인용품 산업에 기여하는 것은 그런 간접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리얼하고 음란한 모양으로 한때 진열 금지 파동이 일기도 했던 유명한 포르노 스타 체이시 레인은 자신의 실제 음부를 그대로 석고로 떠서 남성용 자위기구를 제작, 출시함으로써 여성 성인용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함을 면치 못하던 남성용품 업계에 일대 획을 그었다. 국부와 둔부뿐 아니라 이름마저도 체이시 레인을 그대로 본뜬 ‘체이시 레인’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파동을 낳았다.

  정체위, 후배위, 국부 클로즈업 등 다양한 모델로 제작된 체이시 레인 시리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그녀의 동료도 성인용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체이시와 마찬가지로 포르노 스타인 올리비아 세이가 자신의 출연작에서 양손으로 국부를 당기는 충격적인 포즈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올리비아 세이’는 최신 제품인 만큼 가격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여러모로 스승(?)을 뛰어넘는다는 평. 한편,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여성 전용 최음제는 얼마 전 모 유명 탤런트의 마약 사건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이후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의해 긴급 정식 수입되었다고.


섹스숍 Q & A, 그것이 알고 싶다!

Q 우리나라 여성들도 섹스숍에 가는 걸까?
A 답은 ‘그렇다’이다. 탐방했던 숍의 사장님에 따르면, 지난 8년 간의 손님을 분류해 볼 때 남자 손님이 50%, 애인이나 배우자와 함께 오는 경우가 30%, 여자 손님이 20%라고.

Q 인터넷 성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섹스숍 중 어디가 더 좋을까?
A 각 각 장단점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편하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간혹 다른 사람이 (사용하다가) 반품했던 제품을 다시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일반 섹스숍에서는 제품을 직접 골라 작동도 해보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정 상품을 고른 다음, 일반 섹스숍에 가서 가격을 흥정하는 것이다.

Q 인터넷에서 주문한 제품이 집이나 회사로 배달될 때, 들켜서 창피를 당하는 경우는 없을까?
A 그 럴 일은 없다. 성인용품 배달의 생명은 보안. 삼중으로 포장된 제품의 박스 겉면에는 ‘내의’‘다이어트 제품’ 등 전혀 엉뚱한 제품명이 적혀 있고 가끔 친절하게도 ‘깨지기 쉬우니 주의하시오’라는 경고문구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덧붙여, 다음 달 카드 청구서에는 ‘(주)동양’처럼 흔하고도 안전한 회사의 이름이 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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